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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산정무한(山情無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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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2-04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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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깎은 듯이 준초(峻痒)하고, 혹은 그린 듯이 온후(溫厚)하고, 혹은 막잡아 빚은 듯이 험상궂고, 혹은 틀에 박은 듯이 단정하고 . 용모, 풍취가 형형색색인 품이 이미 범속(凡俗)이 아니다. 장안사(長安寺) 맞은편 산...
모두 근심 없이 자란 나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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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무한(山情無限)

만학천봉(萬壑千峯)이 한바탕 흐드러지게 웃는 듯, 산색(山色)은 붉은 대로 붉었다. 청(靑)이 있고, 녹(錄)이 있고, 황(黃)이 있고, 등(登)이 있고, 이를테면 산 전체가 무지개와 같이 복잡한 색소로 구성되었으면서, 얼른 보기에 주홍(朱紅)만으로 보이는 것은 스펙트럼의 조화던가



산정무한(山情無限) 정비석 이튿날 아침, 고단한 마련해선 일...

정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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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것은 색(色)만이 아니었다. 산의 용모는 더욱 다기(多岐)하다.

이튿날 아침, 고단한 마련해선 일...
조반(朝飯) 후 단장(短杖) 짚고 험난한 전정(前程)을 웃음경삼아 탐승(探勝)의 길에 올랐을 때에는, 어느덧 구름과 안개가 개어져 원근(遠近) 산악이 열병식(閱兵式)하듯 점잖이들 버티고 서 있는데, 첫눈에 비치는 만산(萬山)의 색소는 홍(紅)! 이른바 단풍이란 저런 것인가 보다 하였다. 이튿날 아침, 고단한 마련해선 일찌감치 눈이 떠진 것은 몸이 지닌 기쁨이 하도 컸던 탓이었을까. 안타깝게도 간밤에 볼 수 없던 영봉(靈峯)들을 대면(對面)하려고 새댁 같이 수줍은 생각으로 밖에 나섰으나, 계곡은 여태짙은 안개 속에서, 준봉(峻峯)은 상기 깊은 구름 속에서 용이(容易)하게 자태를 엿보일 성싶지 않았고, 다만 가까운 데의 전나무, 잣나무 들만이 대장부의 기세로 활개를 쭉쭉 뻗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것이 눈에 뜨일 뿐이었다. 청운(靑雲)의 뜻을 품고 하늘을 향하여 밋밋하게 자란 나무들이었다.


산의 품평회(品評會)를 연다면, 여기서 더 호화로울 수 있을까 문자 그대로 무궁무진(無窮無盡)이다. 자세히 보니, 홍만도 아니었다. 꼬질꼬질 뒤틀어지고 외틀어지고 한 야산(野山) 나무밖에 보지 못한 눈에는, 귀공자와 같이 기품(氣稟)이 있어 보이는 나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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